‘시발 비용’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스트레스 때문에 쓰게 된 비용을 뜻한다. 시발 비용의 예시로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것이 뷰티 쇼핑이다. 기분 전환을 위해 립스틱을 사거나 네일 아트를 받는 일, 스트레스를 받아 홧김에 평소에는 바르지 않던 컬러의 립스틱을 사는 것 등의 소소한 사치가 거론된다. 조금 지나고 보면 후회할 소비를 예방하려면 지갑을 열기 전에 정말 필요한 아이템인지, 그 값을 할 만한 제품인지 곱씹어봐야 한다. 사두면 쓸 것 같은 제품을 사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화장품의 유통 기한은 생각보다 짧다. 뷰티 엑스퍼트도 마찬가지다. 뷰티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있고 관심이 큰 만큼 새로운 제품을 향한 호기심도 많다. 뷰티 엑스퍼트들에게 자신의 뷰티 쇼핑을 돌아보고 김생민이 되어 ‘스튜핏’인지 ‘그뤠잇’인지 진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얼마 후 반성문 섞인 답변들이 돌아왔다.

이하은_미파문피부과 원장

STUPID! 보톡스 시술비보다 비싼 명품 아이 크림
아이 크림은 눈가를 금세 촉촉하게 만들어 주름이 개선되는 듯하지만, 따져보면 자극 없는 보습 크림을 바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화장품 자체가 피부 진피까지 흡수되는 용량은 미미하며 피부 속에 침투된다고 해도 기대만큼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때문. 고가의 아이 크림 속 성분은 이론적으로는 피부에 유용하지만 안정성이 낮은 경우가 많아 공기와 빛에 노출되면 불안정한 상태로 변할 수 있다. 비싼 브랜드 화장품을 고집하기보다 본인 피부에 맞는 보습 크림을 눈가나 팔자 주름에 꼼꼼히 바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GREAT! 앱을 통한 분석은 필수
요즘은 ‘화해’처럼 화장품 성분 분석이 잘되어 있거나 ‘글로우픽’등 화장품 리뷰 정보가 가득한 애플리케이션이 많다. ‘TV쇼 진품명품’의 뷰티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처음 접하는 제품은 애플리케이션으로 성분, 사용감 등을 알아본 뒤 구매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 비싼 브랜드 화장품이 아니더라도 뛰어난 제품력을 지닌 아이템을 많이 알게 된다. 주로 드러그스토어에서 판매하는 브랜드 제품이 많다. 이렇게 알게 된 제품을 세일 기간이나 1+1 이벤트 기간에 사게 됐을 때 성취감을 느낀다.

이혜인_아트인피부과 원장

STUPID! SNS 리얼 후기의 배신

SNS에서 드라마틱한 비포&애프터 사진이 게재된 제품을 보면 솔깃한건 피부과 전문의인 나도 예외일 수 없다. 재생 크림을 표방하는 여드름 전용 제품, 시카 케어 크림, 카렌듈러 크림 등 종류도 다양하다. 정말인지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저걸 바르면 나도 피부에 광이 나고 좋아질 것만 같은 순간적인 착각에 빠진다. 그렇게 구매한 제품이 5개 이상. 효과가 없는 것도 있었고 오히려 피부 트러블을 유발한 것도 있었다. 피부가 안 좋은 사람일수록 화장품에 투자하는 비용이 늘게 마련인데, 내게 맞는 제품을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을 깨닫게 되었다.

GREAT! 남편과 함께 쓰는 수분 크림

얼마 전까지는 부부가 각각 다른 제품을 발랐다. 사실 수분 크림의 보습 성분에 남성용, 여성용이 구분되어 있는 건 아닌데 대부분의 남자가 남성 전용 화장품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부가 민감하고 건조한 남성은 오히려 남성용 제품으로 효과를 보지 못한다. 그래서 합쳤다. 남성용도 여성용도 아닌 천연 아로마 브랜드의 제품이다. 효과가 좋다는 안티에이징 제품의 경우 남성이 바르면 유분에 의해 트러블이 생기기도 해 수분과 유분이 적당히 믹스된 제품으로 골랐다. 세일 기간에 샀더니 득템한 기분이 들고 너저분했던 화장대가 깔끔해져서 ‘그뤠잇!’이다.

장해인_프리랜스 메이크업아티스트

STUPID! 같은 컬러 다른 립스틱
코럴 핑크가 섞인 레드 립스틱은 나의 페이버릿 아이템이다. 여러 개 가지고 있지만 신제품이 나오면 사고, 면세점에 가면 또 산다. 조금씩 다른 것 같지만 나중에 보면 다 똑같은 컬러다. 신기한 점은 똑같은 립스틱 중에서도 유독 하나에만 손이 간다는 것. 유통 기한 내에 다 바를 수 없을 지경이 되면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기부 천사가 된다.

GREAT! 시술보다 리프팅 롤러
일본에서 10만원대에 득템한 리프팅 롤러를 수시로 문지르며 탄력 관리를 하고 있다. 얼굴 부기가 잘 빠져서 매우 만족. 리프팅 시술 받고 싶었던 마음이 싹 사라졌다. 일할 때도 요긴하게 사용하는데 모델 얼굴 부기가 채 가시지 않은 오전 촬영에 챙겨 가서 메이크업 전에 사용하게 한다. 집에서도 일할 때도 사용하니 슈퍼 그뤠잇한 소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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