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몬스터에서 3년간 퀀텀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이젠 독립적인 아티스트가 됐다. 당시의 작업들에 대해 묻는 사람이 많을 텐데, 이전에 속해 있던 회사의 작업물로 읽히는 게 불편하진 않나?

최도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하 최) 당시에 했던 활동들이 없으면 지금의 내가 있지도 않았을 거다. 그게 없으면 내가 나를 설명하기에도 부족하고. 질문을 하니까 말하지만, 이젠 독립적으로 보이길 원하는 것도 사실이다.

 

 

 

 

쇼메이커스는 뭘 하는 그룹인가?

최 특별한 장면을 만드는 디자인 집단. 말 그대로 쇼를 메이킹하는 디자이너들이다. 그런 의미로 지었다. 이름을 듣자마자 명료하게 집단의 성격이 표현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별한 장면’이란 건 어떤 의미인가?

최 관객들이 공간에 들어갔을 때 느끼는 감정, 경험하게 되는 것이 ‘장면’이다. 그것들이 프로젝트의 방향성과 목표를 크리에이티브와 연결하고 큐레이션하는 과정이다. 아트적인 요소가 반영되긴 하지만, 너무 독단적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쇼메이커스가 보여주는 장면들 속에서 사람들은 무얼 느낄까?

최 상업 공간에서는 시각에 많이 의존하는 것 같다. 시각적인 요소와 임팩트가 60~70% 정도. 차별성을 주려는 면은 있다. 소리나 미각 같은 다감각적 요소를 느낄 수 있다.

쇼메이커스가 그동안 한 작업들의 특징은 뭔가?

최 컬러를 조금 더 다양하게 쓰고, 선을 부드럽게 쓴다던가. 다양한 질감의 소재와 형태감이다.

팀이 작동하는 프로세스는?

최 팀의 전체적인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김진우, 그래픽과 영상, 공간 기획과 제작을 포괄하는 디자이너들이 있다. 나는 앞단과 끝단에 들어간다. 디자인의 전체 방향을 정하고 관리하는 역할이다. 가급적 내부에서 프로젝트의 모든 것을 담당할 수 있도록 팀을 세팅했다.

 

 

 

 

공간에 아트를 더한 작업을 하고 있지만 클라이언트를 통해 목소리와 색깔을 보여준다. 쇼메이커스는 아티스트 그룹인가, 마케팅 그룹인가?

최 경계가 모호한 것 같다. 마케팅에 필요한 콘텐츠들이 그 기업의 개성을 표현해줘야 하지만 광고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새롭고 실험적인 방식을 시도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기업은 아트와 결합한 요소들을 활용하는 작업들에 대한 니즈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인테리어라는 접근보다는 공간 안에 콘텐츠를 넣는 요소에 집중하고 있는 우리의 방향과 잘 맞아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김진우 매니저(이하 김) 크리에이티브는 대개 감성의 영역 안에 있고,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목적성은 이성과 논리를 베이스로 한다. 2가지를 융화하는 것이 우리 작업의 목적이자 특징이다. 브랜드가 우리를 통해 색을 바꿔 입거나 쇼메이커스라는 프리즘을 통해 확대되는 모습을 보는 짜릿함을 즐기는 거다.

쇼메이커스는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하나? 흐름을 주도하는 사람들?

최 근본적으로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찾아오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했다.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가 기억하게 만들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퍼포먼스에 대해 고민한다. 브랜드를 직접적으로 포장하고 보여주는 것 이상의 결과물이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나는 포토그래퍼로 커리어를 시작한 사람이다. 시각적인 것으로 무언가를 보여주다가 그 기능을 볼륨감 있게 적용하는 작업까지 확장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얼마 전 핸즈웨어 브랜드 ‘코드먼츠’를 론칭했다.

그 역시 확장의 연장선상에 있다. 최도진이라는 사람이 이 사회에서 필요한 기능을 제공하면서 나 자신의 역할까지 확장하는 디자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원하고, 동시에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시대에 필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디자인 매니페스토도 주도하고 있다고 들었다.

김 공간이 일종의 ‘론칭 파티’라면, 디자인 매니페스토는 한발 더 나아가 그걸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하는 자리다. 영화를 보고 나서 감독, 배우와의 만남을 가지는 개념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나?

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대중을 만나는 자리는 대부분 공식적이고 다소 제한된 상황인 경우가 많다. 그 벽을 허물고 서로의 진솔한 얘기도 들어보고, 비전을 논의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과거의 포트폴리오나 실적들을 소개하는 것에서 나아가 토론까지 열린다는 점이 다른 스피치 세미나와의 차별점이다.

 

어떤 이들에겐 쇼메이커스의 소통 방식이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거다. 감각적인 경험만으론 모든 걸 설명할 수 없지 않나. 쇼메이커스가 추구하는 소통 방식은 뭔가?

최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대중에게는 취향이 없다고 생각한다. 제품을 만들다가 느꼈다. ‘코드먼츠’를 준비하며 어떤 게 잘 팔리는 디자인인지 아닌지 리서치한 적이 있다. 그 과정에서 국내의 유명한 셀러브리티가 착용한 제품에 대중이 호응하는 것을 발견했다. 대중의 취향이 매우 약하다는 걸 보여주는 지점이다. 공간도 제품도 마찬가지다. 결국에는 모두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려는 디자인보다는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어느 정도의 낯섦과 어색함 그리고 약간의 경외감을 주는 방식의 소통을 채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중으로부터 경외감을 얻는 건 꽤 큰 리스크를 짊어지는 것과 같지 않나?

최 동의한다. 요 며칠 비가 오지 않았나? 비틀스 음악을 듣다가 고전의 반열에 오른 이들의 비범함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는 아직 걸음마 단계고. 새로운 것들을 계속 보여줘야 하고 짜내야 하는 상황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 단계에서 클래식으로 올라섰다. 대체, 어떻게 하면 그런 레벨에 오를 수 있을까?

그 생각에 결론이 있었나?

김 2018년에 40년 전 음악을 들으면서 느껴지는 완성도와 감동에 관한 얘기였다. 어쨌든 음악이든 예술이든 우리는 우리 시대의 클래식을 규정할 수 없다. 현재 쇼메이커스가 지향하는 지점은 클래식보다는 팝아트에 가깝다. 설명과 논리가 필요한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지 않으면 혼란스럽게 여러 가지를 선보이다가 ‘반짝’하고 끝날 수 있으니까. 지속성과 깊이가 있으면 관객들 역시 존중을 해주며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팝적 요소가 클래식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타깃 층도 필요할 것 같다.

최 요즘은 타깃을 구분하기가 무척 어려워진 것 같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데이터를 분석하다 여성들의 활동이 더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나이와 성별을 구분하기가 모호하다.

김 쇼메이커스가 감동을 주고,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세대는 20대 여성과 30대 싱글인 것 같다. 그들과 관계가 있는 다른 세대와 성별들이 그들을 통해 유입되기도 하고. 40년 전 비틀스를 향유했던 계층이 비교적 젊은 세대였던 것처럼,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의 영역들이 고정된다면 그런 방식으로 클래식이 되는 것을 기대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아마 모든 마케팅 비즈니스들이 비슷할 거다.

 

 

 

 

앞으로 관객들이 만나게 될 쇼메이커스의 새로운 프로젝트는 뭔가?

최 현재 패션 브랜드 MCM과의 전시, 샤넬과의 쇼케이스를 준비하고 있다.

그곳에서 관객들은 어떤 경험들을 하게 될까?

최 당장 소개할 수 있는 건 8월 7일부터 청담동 쇼룸에서 열릴 MCM의 전시다. 키워드는 ‘Sound Sculpture’다. 1970년대유럽에서 태어난 MCM이라는 브랜드가 영향을 받았던 글램 록과 당대 음악에서 영감을 받았다. 백팩 스케일의 모듈과 가죽을 다룰 때 쓰는 망치인 말렛을 이용해 청각적 효과를 줄 수 있도록 공간을 디자인했다.

쉽사리 상상이 되진 않는다. 얼마나 준비했나?

최 3개월 정도. 순수하게 쇼메이커스의 표현을 보여주는 의미가 될 것 같다.

최근 프리츠 한센의 전시를 진행했다.

최 굉장히 기쁜 마음으로 한 작업이다. 자기만의 색이 분명한 브랜드를 사람들이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기획했다. 우리가 바라던 대로 잘 진행됐고, 그 과정에서 짜릿함을 느꼈다. 클라이언트도 굉장히 만족했다.

그야말로 ‘잘되고’ 있다. 염려하는 부분이나 걱정거리도 있나?

최 지속적으로 활동물을 보여주는 건 무척 중요한 일이다. 어느 시기가 되면 국내에서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는 한계가 따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빠른 호흡으로 진행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된다는 것에는 침체될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

최 우리만의 브랜드인 ‘코드먼츠’를 만든 이유다. 빠르게 다음 플랜으로 넘어가기 위해서. 매번 클라이언트의 성격과 요구 하는 내용이 다르다 보니 크리에이티브를 온전히 보여주는 데 한계가 올 것 같더라. 쇼메이커스는 보여주고자 하는 디자인을 깎고 다듬으며 구축하는 단계에 있다. 기업과 협업을 하는 구조가 계속되면 한계에 부딪칠 우려가 있다. 독립적인 개성이 오롯이 표현되고 그게 지속, 발전되려면 자체 브랜드라는 뼈대를 갖추는 게 중요했다.

 

 

 

 

최도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생각하는 국내의 공간들에 대한 비전이 궁금하다.

최 온라인 시장이 발달하면서 브랜드를 실질적으로 체험해보는 공간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브랜드도, 대중도 그리고 우리도 진화할 것이다. 퀄리티는 점점 더 좋아질 거고.

 

그런 흐름 속에서, 쇼메이커스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것은 뭔가?

최 어려운 질문이다. 수요자가 인간이기에, 그들이 갖는 감정들에 기인한 디자인을 계속 보여주고 싶다. 그런 목표를 가지고 우리만의 독창성을 구축하고 싶다.

좀 더 가깝게 바라보자. 쇼메이커스를 대표하는 것은 공간이 될까, 제품이 될까?

최 공간은 100m 달리기 같은 면이 있다. 시간과 에너지를 장기적으로 투자하기에는 버거운 부분도 있다. 그래서 브랜드를 구축하며 영역을 확장하는 게 필요하다.
김 공간이나 전시나 쇼는 한 번 하고 사라진다. 확실히 비즈니스에서는 제품이 유리한 면도 있다. 공간은 일종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콘텐츠고, 제품은 그 자체를 통해 어느 정도 유지, 순환할 수 있는 콘텐츠니까.

제품에도 어려운 부분은 있을 것 같다.

최 제품은 생산보다 판매하는 과정을 디자인하는 게 훨씬 어려웠다. 물리적인 건 경험이 축적되면 할 수 있는데, 브랜드를 구축하는 단계에서 일관성 있는 무언가를 완성하는 것은 그보다 고민해야 하더라. 공을 원하는 방향으로 던지는 게 아니라, 새를 손에서 날리는 개념이다. 알아서 날아갈 수 있게.

코드먼츠의 공간은 언제 나올까?

최 준비 중이다.

이달 <리빙센스>의 주제는 ‘휴식’이다. 쇼메이커스의 휴식에 대해 듣고 싶다.

최 솔직히 말하면, 휴식이 별로 없는데.
김 (웃음) 체력적인 소모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만든 공간은 일시적으로 열리지만 일은 계속되니까. 무언가를 차분하게 즐기고 공유하는 게 그리울 때도 있다.

그렇다면 휴식을 취할 수 있을 때는 어떤 휴식을 취하나?

최 개인적으로는 공을 찰 때의 희열감에서 휴식을 찾는다. 단순히 축구가 아니라, 하늘을 보며 공간감을 무너뜨리는 거다. ‘공간감 없이 활동적인 것을 하고 있다’는 느낌은 일상에서 찾을 수 없는 거다. 공을 차면서 뛰노는 행위에는 그런 의미가 있다.
김 일을 하면서 얻는 희열에서 휴식이 느껴지기도 한다. 쇠가 달궈졌을 때 치는 것처럼.
최 그것도 맞는 말이다. 일하면서 어려운 점을 회복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다시 또 즐겁게 일하는 것뿐이다. 그게 원동력인 것 같다.

앞으로 협업해보고 싶은 브랜드가 있나?

최 밀라노 디자인 페어에 함께 갈 수 있는 브랜드와 일하는 게 최종 목표다. 지금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브랜드인 코스(COS)정도가 생각난다.
김 국내 브랜드 중 글로벌로 나아가고자 하는 열망과 함께 임팩트가 필요한 브랜드면 좋겠다. 우리의 크리에이티브를 장착하고, 밀라노에 함께 나가 신선한 경험을 해볼 브랜드.

 

 

기획 박민정 기자 사진 박형인 취재협조 쇼메이커스(showmaker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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