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번 만들어볼까?

70세 나이에도 인생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지금 가장 유명한 유튜브 스타 박막례 할머니가 증명했다. 그 유명세의 배경은 손녀딸이 만든 비디오 콘텐츠. 투박하지만 센스 있고 속시원하게 할 말 다 하는 새로운 캐릭터의 할머니는 ‘여섯시 내 고향’이 아니라, 유튜브에 등장했다. 콘텐츠 전성시대, 더 정확히 말하면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콘텐츠 산업 최상위에 올라간 시대다. 이 흐름은 심지어 공중파에서 활동하던 연예인들에게도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악동 뮤지션의 수현, 개그우먼 강유미, 김숙 & 송은이 등은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팟캐스트를 제작해, 다음 스텝으로 나아간다. 하루 대부분을 콘텐츠를 소비하며 사는 대중의 한정적 시간을 차지하려면 그만큼 매력적이고 새로워야 한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단순한 일상 공유가 아니라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콘텐츠를 창작한다. 감도 높은 웹 매거진에서 시작해 탐나는 단행본을 만들고, 초등학생과도 공감 가능한 뉴스를 제작하며, 일상의 소리를 모아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4인을 만났다. 나도 한번 해볼까, 무엇을 만들어볼까 고민해봤다면 믿을 만한 정보와 소스가 될 것이다. 모두가 하는 SNS 말고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고 건강한 자극을 전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이야기.

라이프스타일의 재조명

서울의 주거 형태, 라이프스타일을 솔직하고 매력적으로 보여주는 뉴프레스 콘텐츠 기획 스튜디오의 우해미·임나리를 만났다. 

자신에 대해 소개한다면?

저희는 ‘뉴프레스’ 콘텐츠 기획 스튜디오를 운영 중인 우해미와 임나리입니다. 2015년 뉴프레스를 열어 온·오프라인 콘텐츠를 만들면서 2016년 웹 매거진 <포스트 서울>을 시작했어요. 지난해에 <포스트 서울> 콘텐츠를 모아 단행본 <아파트먼트>를 발행했구요. 지금은 브랜디드 콘텐츠에 주력하는 동시에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도 여전히 큰 관심을 갖고 있어요.

포스트서울은 서울에 사는 다양한 사람의 집을 들여다보는 즐거움이 있었어요. 처음 구상할 때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을까요?
둘 다 매거진 에디터로 일하며 많은 매체의 비슷한 톤 앤 매너가 답답하다고 느꼈어요. 또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주거 공간에 대한 관심도 컸고요. 하지만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만들자 결심하고 실천에 옮기는데 2년, 기획 준비만 1년이 걸렸어요. 우리도 오프라인 매거진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했던 거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다는 걸 깨닫고 온라인으로 시선을 돌리고 나서 진행이 한결 쉬워졌어요.

사진과 인터뷰 원고의 톤 앤 매너, 인물 선정 등 포스트 서울만의 제작 기준이 있다면요?
인물 선정은 주변 사람부터 시작했어요. 매체 노출이 적거나, 집이 소개된 적이 없는 사람들 위주로 섭외했죠. 재미있는 사람들의 작업은 그 사람의 일상에서 나온 거라 생각하기에 꼭 집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흔한 자취생의 집이라도 삶의 방식이 어떻게 드러나는가에 주목해요. 사실 우리가 원하는 비주얼을 구현해줄 그 사진가를 만난 것이 큰 힘이자 시작할 수 있는 계기였어요.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톤을 유지하되, 공간의 세부적인 면까지 잘 보여주려 합니다.

웹 매거진으로 시작했는데 한 권의 책으로 만들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처음부터 온라인으로 시작해 1년 동안 콘텐츠가 누적되면 애뉴얼 매거진을 만들 계획이었어요. 온라인으로만 소비되면 아무래도 콘텐츠가 가벼워 보이는 걸 피할 수 없거든요. 예를 들면 긴 인터뷰를 읽을 때 스크롤을 넘기는 것과 책장을 넘기는 건 전혀 다른 경험이니까요. 그리고 우리는 콘텐츠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 더 유연하게 접근하고 변형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재미있는 사실은, 단행본을 발간하고 더 많은 제안이 들어왔어요. 직접적인 성과가 나오기 시작한 거죠. 애초에 3년을 지켜보며 수익을 창출하겠다 생각했어요. 사람들에게 우리의 존재를 인지시키는 시간이 필요한 거죠.

콘텐츠를 제작하는 가장 큰 즐거움은 무엇일까요?

우리 스스로 만들어내는 콘텐츠도 재미있지만, 클라이언트와 함께 하는 일은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흐를 때가 많고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새로운 분야를 경험하고 배워나가는 과정이 재미있더라구요. 그리고 우리의 기획이 현실화할 때 즐겁죠. 잡지나 책, 단행본의 제작 과정은 조금씩 다른 듯하지만 큰 틀은 비슷해요. 여기서 더 발전해 영상, 온라인 브랜디드 콘텐츠로 접근하고 실현시키는 재미를 맛보고 있습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요즘 대세인 동영상 콘텐츠는 어린 학생들이 훨씬 잘 할 거예요. 하지만 지속 가능한 콘텐츠를 만들려면 훈련이 필요해요, 알파벳을 익혀 문장을 만들 듯 기본기는 익히면 좋겠어요. 그리고 자신에게 적합한 콘텐츠를 연구하고 찾는 게 중요해요. 케이스 스터디를 반드시 거치고 어떤 콘텐츠를 생산해 어느플랫폼으로 유통할 것인가를 고민해보세요.

개인적으로 즐겨 보고 소비하는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유튜브에서 다양한 공연을 보고 영상 관련 팁을 얻는 것도 좋아합니다. 그리고 어린아이들의 눈에 맞는 콘텐츠도 유심히 봐요. <마샤와 곰>이라는 애니메이션은 대화 없이도 스토리를 다양하게 이어가는 힘이 뛰어나요. 요즘은 베를린 VOOSTORE같이 해외 패션 쇼핑몰이 콘텐츠를 풀어내는 방식도 흥미로워요. 사실 다른 사람들의 콘텐츠를 많이 보지 않아 저희 캐릭터를 지켜가는 면도 있다고 생각해요.(웃음)

지금 꼭 봐야 할 뉴스

짱기자는 하루에도 수십 개씩 쏟아지는 그저 그런 뉴스 속에서 사람들이 알아야 할 뉴스만을 선별해 흥미로운 방식으로 들려준다. 그리고 그의 콘텐츠는 모두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뉴스를 콘텐츠로 만들 생각은 어떻게 한 건가요?

제가 살아가는 데 기준을 잡아주는 신조가 3개 있어요. ‘할 말은 한다’ ‘젊은 사자는 썩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 ‘자신이 믿는 말을 삶으로 살아낸 사람의 말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말은 무게와 깊이가 다르다’. 선생은 많지만 스승이 없는 시대에서 요즘 사람들에게 직접 취재한 제대로 된, 그러면서 재미있는 뉴스를 전달하고 싶어 만들었어요.

콘텐츠를 만드는 순서를 간단하게 설명해주신다면요?

일단 아침마다 뉴스를 보는데 문득 해야겠다는 주제가 보일 때가 있어요. 그러면 아이템을 정하고 관련된 기사를 봐요. 그리고 요약을 해요. 거기에 추가로 제 생각을 넣으면서 대본을 만들어요. 그리고 주말에 세팅을 하고 찍는 거죠. 그리고 편집, 후작업을 해서 올려요.

만드는 콘텐츠의 핵심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이 콘텐츠를 만들면서 일종의 사명감을 느끼고 있어요. 그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에요. 실제로 대화를 해보니 평소 말투는 침착한 편인 것 같아요.

영상 속에서는 굉장히 튀는 말투인데, 일부러 의도한 바가 있는 걸까요?
처음 연합뉴스에서 ‘짱기자가 간다’라는 콘텐츠를 만들었을 때 의도는 뉴스의 예능화였어요. 그래서 약간 까불거리는 톤으로 진행을 한 거죠. 그런데 요즘에는 예전보다 힘을 빼고 가려고 해요.이제 나이도 들어서 그런지 너무 가볍게 하는 건 안 어울리는 것 같더라고요.

기존의 가로 영상에서 최근 트렌드가 되고 있는 세로 형태의 영상도 그런 변화 중 하나일까요?

네. 저는 혼자 나와서 말하는 설명형 영상이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말하는 것에 집중이 되어야 하고, 자막이 잘 보여야 해요. 그래서 다른 데 시선이 분산되지 않는 용도에 맞는 포맷을 찾은 거죠. 콘텐츠 기획 의도에 따라 프레임도 달라져야 하거든요.

콘텐츠를 만드는 것 말고, 직접 출연해 얼굴을 노출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나요?
그래서 제가 안경을 쓰잖아요. 하하. 사실 평상시 안경을 안 써요. 촬영할 때만 쓰는 거예요. 콘텐츠로 보면 외향적으로 보이는데, 사실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거든요. 아무래도 뉴스 콘텐츠다 보니 어떤 식으로 전달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 같아요. 예전에는 공정한 게 저널리즘이라고 했는데, 요즘은 기계적 중립이 저널리즘은 아니라고 말하기도 해요. 요즘 가짜 뉴스 많잖아요. 공정한 게 저널리즘이면 그런 뉴스를 양성하는 곳의 의견까지 동일하게 들려줘야 하거든요. 그런데 그건 아니잖아요. 제 콘텐츠에서 소재를 선정하고, 댓글을 읽는 것 자체도 이미 선입견이 들어가는 거예요. 어쩔 수 없어요. 오히려 철저하게 저의 관점에서 방송을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점점 더 다양한 콘텐츠를 얘기하고, 모든 건 취재를 바탕으로 알려주겠다는 게 포맷이라 콘텐츠를 만드는 데 정말 많은 정보력과 발품이 들 것 같아요.

그래서 선택과 집중을 하는 거죠. 포인트는 취재가 아니라 취미를 찾아본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제가 관심 있는 분야만 하는 거죠. 청년, 언론, 미디어, 그리고 콘텐츠. 저는 이 키워드에 있는 것만 해요.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한 가지 조언을 해준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요?

일단 영역을 정하세요. 그리고 그곳에서 이미 자리를 잡은 사람들을 조사하고, 그들보다 나은 나만의 킬러 콘텐츠를 찾아보세요. 여기까지 했을 때 80~90%는 포기할 거예요. 그러니까 그냥 저처럼 취미로 하세요. 일단 직업을 가지고요. 그러다 정말 되겠다 싶을 때 올인하세요.

혹시 취미가 아닌 판을 제대로 키워볼 생각도 있나요?

저는 전략을 짜고 계획적으로 접근하지 않아요. 말했다시피 취미니까요. 그러니까 어떻게 하면 돈을 벌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하지 않는 거죠. 가치를 따라가야죠. 그러면 사람들은 그 가치를 좆아 모일 거예요. 하나씩 돌을 쌓아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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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보고 즐기는 음악

넵킨스는 다양한 방식으로 양질의 음악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이자 프로듀서다. 그리고 언제든 자신의 음악을 들려줄 준비를 마친 뮤지션이다.

우선 지금 만들고 있는 콘텐츠에 관한 설명을 부탁드릴게요.

저는 음악 프로듀서이자 음악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2년 반 전에 처음 시작했는데, 그때는 영상 콘텐츠가 TV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던 시기예요. 그 시기의 국내 음악 콘텐츠라고 하면 노래방이나 집에서 노래하는 걸 휴대폰으로 찍은 게 전부였어요. 그런데 해외에선 TV의 퀄러티를 맞춰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많았거든요. 그걸 저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런 양질의 콘텐츠를 이미 봤는데, 휴대폰으로 찍는 게 자존심이 상하잖아요. 간단히 말하면 좋은 음악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사람이에요. 그게 아카펠라든, 물건으로 소리를 내는 거든요.

처음에는 뮤지컬로 데뷔를 하셨더라고요.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음악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된 건가요? 처음에는 비보잉을 했어요. 그러다 아르바이트로 뮤지컬 무대 설치 작업을 했고, 그곳에서 감독님의 눈에 띄어 시작한 작품이 <루나틱>이에요. 어쩌다 보니 10년 동안 뮤지컬 배우로 활동을 했는데, 사실 그게 제 꿈은 아니었거든요. 제 음악을 제대로 하고 싶었고, 그 기반을 다지기 위해 음악 콘텐츠를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어요. 이슈가 되고 싶었고, 그것을 기반으로 제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올렸던 콘텐츠 중 사람들이 처음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콘텐츠는 어떤 곡이었나요?

‘음오아예’를 아카펠라로 부르고 그걸 분할 영상으로 올렸는데, 그게 하루 만에 50만 뷰를 찍었어요. 이후 우연히 ‘Shut Up’을 부를 때 은단을 셰이커로 썼어요. 그걸로 다시 한 번 화제가 됐죠. 어느 날부터 제가 은단 오빠가 되어 있더라고요.

그렇게 일상적인 물건이 악기로 등장한다는 점이 굉장히 참신하고 신기한 것 같아요.

사실 특별한 건 아니에요. 사람들은 제가 귀가 엄청 예민해 공기 소리도 음정으로 들릴 거라고 하는데, 사실 그냥 아무 거나 마이크에 대고 소리 녹음을 하는 거예요. 그리고 작곡 툴로 들어가 그걸 활용해 비트를 만드는 거예요. 저는 오랜 시간 동안 녹음된 가상 악기들로 리듬을 만들어왔거든요. 그걸 안 쓰고 직접 샘플을 만들었을 뿐이에요.

JTBC 콘텐트 서바이벌 프로그램 ‘워너비’에 출연 중인데, 참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시작은 단순했어요. 구독자를 더 키우기 위한 도전이었어요. 저를 더 알리고, 그로 인해 제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거든요.

크리에이터로서 트렌드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기본적으로는 트렌드를 따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일부러 피하기도 해요. 제 콘텐츠가 화제를 일으키는 방법은 생각보다 쉬워요. 방탄소년단이나 트와이스의 신곡이 나오면 그 즉시 영상을 만들면 돼요. 그런데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저는 국내에 머무는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보다 느리더라도 더 넓은 곳에 제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리고 조금씩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요.

넵킨스처럼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당근과 채찍 같은 조언을 하나씩 건넨다면요?

일단 당근을 먼저 주면, 채널을 개설해 뭐든 올리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게 양질이든 아니든요. 저는 결국 음악가가 되고 싶어 그렇게 하지는 않지만, 진짜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면 무엇이든 찍고 올리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언제, 어떻게 화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거든요. 영상 찍다가 귀에 바퀴벌레가 들어가 팔로워가 급증한 사람도 있잖아요. 반대로 채찍은, 이걸로 돈을 벌려고 하지는 마세요.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면서 한 달에 3천만원씩 버는 사람도 있어요. 3천원을 버는 저도 있고요. 완전히 직업으로 삼는 건 구독자 20만을 넘겼을 때 생각하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넵킨스의 콘텐츠를 어떻게 바라보고 즐겼으면 싶은가요?
너무 기대하지 않고 보면 좋겠어요. 처음에 느꼈던 신기함을 좆아 영상을 보다 보면 제 콘텐츠는 지루해질 수밖에 없거든요. 이러다 저 헬리콥터를 써야 할지도 몰라요. 제 콘텐츠를 음악 자체로 넓게 바라보고 즐겨줬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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