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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을 들이쉬다, 제주를 들이쉬다

작성일 2018.09.14

숨 을 들이쉬다, 제주를 들이쉬다 

 

 

 

제주공항에서 1시간여. 낮은 오름을 넘고, 제주의 말(馬)들이 풀을 뜯는 중산간지대를 넘었다. 고요한 시골길 사이 내리쬐는 햇빛이 귤나무의 잎새들에 부서지고 있었다. 가시리(加時里)에 도착한 것 같았다. 제주 남동쪽에 위치한 가시리의 이름에는 ‘시간이 더해진다’는 어원이 숨어 있다. 가시리에는 예술인이 많이 정착해서 살고 있다. ‘예술인 마을’이라는 별칭이 붙은 것은 그 때문이다. 삼나무 숲이 가까워 아침이면 신비로운 안개가 자주 마을에 내려앉는다. 도시에서 온 이에겐 낯설게만 느껴지는 오롯한 고요함이 가시리에서 보내는 시간에 평화로움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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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마을 가시리에 요가 민박 ‘브리드 인 제주’가 자리 잡은 것은 1년 전. 장성한 두 아이를 서울에 두고 제주살이를 결정한 부드러운 인상의 중년 부부가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 10년 넘게 하타 요가를 수련한 오너 최수란 씨가 매일 아침 7시 진행하는 요가 수업을 즐길 수 있어 ‘요가민박’이란 별칭이 붙었다. “올가을엔 억새가 많이 자라 노랗게 여물 거예요.”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최수란 씨는 손님에게 으레 그렇게 하듯, 다소곳한 다도상에 향 좋은 보이차를 내어주며 천천히 말했다. 사립문 너머 브리드 인 제주로 향하는 길에 억새가 심어져 있었다. 그녀의 말대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억새가 바람에 씻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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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란 씨는 브리드 인 제주가 위치한 지역의 가치에 대해 알고 있었다. 1970년대에 지은 제주 전통 가옥과 귤창고로 쓰이던 작은 창고가 있는 400여 평 규모의 대지였다. 주변엔 관광지도 바다도 없다. 제주를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굳이 여행지로 이곳을 찾을 이유가 별로 없다. 그럼에도 이 공간에 프라이빗 스테이를 열기로 한 것은 그녀의 경험 덕이었다. 제주살이 전 자주 남편과 함께 제주도로 휴식을 취하러 왔던 그녀는 제주의 진짜 미학이 발길이 쉬이 닿지 않는 쪽에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생각대로 많은 이가 브리드 인 제주에 ‘조용히 잠시 살러’ 온다. 4명이 머물기에 알맞은 25평 공간에는 침실 2개와 거실, 다이닝 룸과 주방이 있다. 가족 단위로, 여자친구들끼리, 딸과 엄마가 찾기에 더없이 안락한 공간 구성이다. “이곳에서 머물다 가는 이들은 관광을 잘 나가지 않아요. 산책하고, 밥도 해먹고. 아침이면 저와 함께 요가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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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는 공간의 역할에 따라 세 채로 나뉜다. 현무암의 묵직함이 마음을 잡아주는 스톤하우스, 세월의 가치를 간직하듯 외부의 벗겨진 칠을 그대로 두고 자연스러움을 살린 우드하우스, 오래된 개방형 창고를 개조해 노천 욕조와 바비큐 공간으로 꾸민 워터하우스까지. 부부는 이 공간을 건축 그룹 지랩(Z-LAB)과 함께 기획했다. 미니멀한 공간으로 꾸려 손님들에게 제주에서 맞이하는 고요한 아침의 미학을 알려주고 싶었다. 지랩은 제주의 컬러와 질감을 살린 공간 디자인으로 그녀의 마음을 헤아렸다. 재료와 형태를 단순화하고, 벽을 비우고, 가구를 낮게 배치했다. 나무와 돌을 이용한 마감, 채도가 낮은 컬러들은 주변의 자연을 해하지 않는다. 들이쉬는 숨에 제주를, 내쉬는 숨에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브리드 인 제주는 숨 쉬는 행위를 휴식으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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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박민정 기자 사진 김덕창 취재협조 제주관광공사(ijto.or.kr), 지랩(z-lab.co.kr),
100A associates, 체이슨 호텔, 제주맥주(jejub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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