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아름다움을 전하겠다는 다짐을 품고, 더페이스샵(TFS)은 2004년 싱가포르로 향했다. K-팝도, K-드라마 열풍도 아직 기지개를 켜지 않은 때였다. 그래도 묵묵히 K-뷰티의 씨앗을 뿌리고 조금씩 뿌리를 키워 나갔다. 그로부터 어느덧 10여 년이 흘렀다. 모두의 염원은 그때보다 더 단단해졌고, 싱가포르법인은 쑥쑥 자라고 있다.

 

#1 싱가포르, 코스모폴리탄들의 놀이터
말레이반도 끝 작은 섬. 서울보다 조금 넓 고, 부산보다 약간 작은 710㎢의 면적을 점유한 나라. 사람들은 이 도시국가를 ‘사자의 땅’이라는 의미를 담아 싱가포르라 부른다.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하던 1965년만 해도 싱가포르는 보잘 것 없는 열대 습지의 작은 어촌에 불과하였다. 하지만 눈부신 경제 발전에 힘입어 짧은 기간 상전벽해를 이루어 냈다

2017년 IMF 통계기준 1인당 GDP(명목) 를 봐도 이 점은 분명하다. 싱가포르는 5만 1,431USD로 아시아 1위(세계 10위)이며, 3만 8,282USD인 일본(24위), 2만 9,115USD인 한국(30위)을 압도한다. 급격한 성장을 가능케 한 첫 번째 요인은 지리적 특수성을 꼽을 수 있다. 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말라카해협 남단에 위치한 덕에 싱가포르는 오래전부터 동남아시아 무역의 요충지로 활약하였다. 여기에 정부 주도로 추진한 금융 및 서비스 산업의 발 전, IT산업 발달 등과 맞물리면서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속도로 겹겹이 성장을 쌓아 올렸다
최근의 경제 성장은 관광산업에 기인한 바 크다. 싱가포르 정부는 2005년, 관광산업 을 경제 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육성코자 ‘Tourism 2015’라는 계획을 수립해 쇼핑몰, 카지노, 호텔, 레스토랑 등을 갖춘 복합 리조트를 잇달아 건설해 전 세계 관광객을 불러 모았다. 그 결과 싱가포르의 관광수입과 관광객 수 는 최근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였다. 싱가포르관광청은 지난해 역대 최대인 1,67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싱가포르 인구(약 578만 명) 의 약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싱가포르법인 조이스(Joyce Teh) 법인장은 “나라 전체가 거대한 놀이동산이며, 높은 소득 수준과 까다로운 안목을 가진 내국인과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찾는 외국인이 뒤섞인 글로벌 테스트 마켓인 동시에 거대한 쇼윈도”라고 싱가포르 시장을 설명했다.

 

 

#2 TFS, 2004년 꽂은 K-뷰티의 깃발
국내 최초의 자연주의 브랜드숍인 TFS 1호 매장은 2003년 12월 오픈한 서울 명동점이다. 이후 불과 6개월 만에 국내 매장 100호점을 돌파한 TFS는 2004년 해외로 무대를 넓혔다. 첫 진출국이 다름 아닌 싱가포르다. 한국에서 진행한 사전취재 때, TFS 해외사업팀 김희정 팀장은 이와 관련된 재미난 일화를 들려주었다
“2004년 한국으로 여행 온 한 싱가포르 관광객이 서울 코엑스 TFS 매장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해요. 고급스러운 매장 분위기와 다양한 제품 구색, 합리적인 가격을 보고, 싱가포르에서의 성공을 확신 하였죠. 본국으로 돌아간 그녀는 투자자를 모아 그해 9월, 싱가포르에 TFS 총판을 설립합니다. 당시 불과 30세의 나이로 TFS 총판을 만든 그녀는 초대 법인장을 지낸 도린(Doreen Kho)이에요.” 도린의 예상은 과연 적중하였다. 싱가포르 1호점인 부기스 정션(Bugis Junction)점을 선보이자 현지 고객들은 열렬히 환호했고, 후속 매장을 빠르게 확보해 브랜드 론칭 2년이 채 안 된 시점에 10개 이상의 매장 을 갖춘 강력한 뷰티 브랜드로 급부상했다. 이는 싱가포르에 진출한 MNC 뷰티 브랜드 중 가장 빠른 속도의 성장이었다. 당시 ‘TFS 입점 예정’이라는 문구가 매장 앞에 걸리면 오픈 시기를 묻는 전화가 쇄도했고, ‘TFS 매장이 들어오면 쇼핑몰 분위기 전체가 고급스러워진다’는 얘기가 회자될 정도로 TFS의 인기는 드높았었다. 대형 쇼핑몰이 발달한 싱가포르는 브랜드 숍이 성공할 최적의 요건을 갖췄다. TFS 싱가포르는 고급 쇼핑몰을 선별해 그중에 서도 가장 좋은 자리를 선점해 나가는 한 편, 매장직원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채비했다. 현재 싱가포르에는 총 23개 TFS(NC) 매장이 운영 중 이며, TFS는 싱가포르인 누구나 인지하고 사랑하는 국민 브랜드로 발돋움했다.
2013년 3월, 우리회사는 TFS 싱가포르 총판을 정식 인수해 법인화했다. 이후 싱가포르법인은 본사 해외교육팀, 해외마케팅, 재경 등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빠르게 변모하였다. 이와 동시에 TFS에 편중된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한 여러 시도들도 병행되었다. 조이스 법인장은 기존 TFS 매장 을 뷰티&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인 NC 매장으로 전환시키는 최근의 작업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라고 우선 꼽았다. “마켓이 세분화된 선진 시장일수록 고객 들은 더 큰 Value와 New Experience을 추구합니다. TFS가 지난 10여 년 싱가포르 에서 사랑받은 이유도 트렌디한 제품과 유니크한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공했기 때문이지요. TFS가 NC로 전환되면서 여태껏 싱가포르에서 만날 수 없던 다양한 경험과 가치의 공급이 이루어졌고, 싱가포르법인 도 새로운 성장의 전기를 맞았습니다.” 싱가포르는 우리회사 해외법인 중 NC 비즈니스가 가장 먼저 접목된 국가다. TFS 해외사업팀은 NC의 성공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브랜드 및 제품 선정에 공 을 들였다. 무게중심은 이들 간의 ‘상호보완’이었다.
“한국과 달리 NC 취급 브랜드에 제한을 뒀어요. ‘비욘드’, ‘CNP’, ‘디어패커’, ‘코드’가 주 요 브랜드이고, ‘이자녹스’는 쿠션 파운데이 션만 집어넣었죠. TFS의 단점을 보완하고 자 ‘비욘드’의 헤어와 바디워시 제품을, TFS의 인기 제품인 마스크시트보다 전문 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는 ‘디어패커’ 제품 을 선보이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시도는 기존 TFS 고객에게 Newness를 부여함과 동시에 연계판매, 업셀링, 신규고객 확보라는 순기능을 이끌었고, TFS의 인지도를 활용해 그간 현지 시장에 생소하던 우리회사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빠르게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3 네이처컬렉션의 순조로운 출발
거대한 변화의 바람은 럭셔리 화장품에서도 불고 있다. 싱가포르법인은 2015년 7 월, 싱가포르 최고의 쇼핑 거리로 손꼽히는 오차드 로드(Orchard Road) 탕스 (TANGS) 백화점에 ‘후’ 1호점을 열고, 럭셔리 비즈니스의 물꼬를 텄다. 탕스 오차드는 매출액 기준 랭킹 2위지만, 싱가포르 최상류층이 가장 빈번히 이용하 는 최고급 백화점이다. 이곳에서도 ‘후’는 특유의 VIP 마케팅을 전개하며 차근차근 입지를 다져나갔다. 싱가포르법인은 오피니언 리더 모임, 연예인 초청 스킨케어쇼 등 극히 제한된 타깃을 대상으로 접점을 늘이는 한편, 무차별적인 광고를 지양하고, 극소수 VIP 매거진에만 광고를 노출해 ‘후’에 대한 궁금증과 ‘후’의 가치를 더욱 증폭시켰다.

 

 

#4 드디어 시작된 럭셔리의 바람몰이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후’는 탕스 오차드에 자리 잡은지 만 2년이 안돼 매출액 기준 Top 10의 자리에 올라 그 진가를 유감 없이 뽐냈다. ‘후’는 금년 6월 탕스 비보시티(VivoCity)에 2호점을 열었고, 11월에는 싱가포르 랭킹 1위 백화점인 다카시마야 (Takashimaya) 입점을 앞두고 있다
‘숨37°’도 잰걸음으로 시장 확대에 돌입했다. ‘숨37°’는 올해 6월 탕스 비보시티, 7월 탕스 오차드에 연이어 매장을 확보했고, 현재 10월 말로 예정된 이세탄(ISETAN) 백화점 입점을 위해 막바지 점검 중이다. 앞선 일련의 변화는 MNC에서 브랜드 매니저로 다년간 활약한 조이스 법인장을 새로운 수장으로 맞은 후 일어난 성과들이다. 그녀는 앞으로 ‘후’ 매장의 질적 확대 와 ‘숨37°’ 매장의 공격적인 양적 확대라는 투트랙 전략을 취해 싱가포르에서 우리 럭셔리 비즈니스의 영향력을 공고히 해나갈 구상이다.

 

 

#5 더 아름답게 빛날 싱가포르법인
140여 명에 달하는 싱가포르법인 구성원 대다수는 싱가포르인 혹은 인접 국가에서 온 현지인이다. 법인 전체를 통틀어 한국인은 관리담당 주재원인 황인용 파트장이 전부다. 최소한의 주재원만 상주하는 이 같은 모양새는 우리회사 모든 해외법인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이다. 현지 상황에 발 빠르게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해외법인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 선택한 우리회사의 해외 전략 중 하나다
싱가포르법인 내에는 여러 언어와 종교, 문화가 공존한다. 하지만, 조이스 법인장은 구성원 모두 환상의 팀워크와 높은 도전 정신으로 큰 가능성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또한 법인장은 럭셔리 사업 전개, NC로의 전환 등 최근의 여러 변화와 산적한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 합심해 성공으로 이끈 구성원 모두가 고맙고, 사랑스럽다는 속내도 내비쳤다. 팀워크와 도전 정신, 서로 아끼는 마음은 싱가포르법인에서 점점 커지고 있는 아름다운 조직문화다. 우리회사는 최근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싱가포르법인에 ERP(전사적 자원관 리 시스템)를 구축했다. 그곳 구성원들에게 보다 선진화된 업무 환경을 제공하고, 더욱 발 빠른 시장 대응을 이끌어 그들에게 더 멋진 성공체험을 선물하기 위해서다. 싱가포르는 시장 규모만 놓고 보면 작은 시장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내로라하는 MNC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진입하고, 세계 500대 기업 중 약 3분의 1이 그곳에 아시아 본사를 두고 있다. 싱가포르의 가치는 비단 710㎢의 안에만 머물지 않는 다는 얘기다. 싱가포르는 세계인이 모여 서로의 제품과 서비스를 나누는 플랫폼이며, 문화와 트렌드를 공유해 더 높은 가치를 만드는 꿈의 공장이다. 그래서 싱가포르법인은 오늘도 바쁘게 하루를 산다. 아름답게 빛날 여러 가능성들을 부지런히 시험하고, 저 멀리 바다를 가로질러 아직 나아가지 못한 대륙을 꿈꾼다